메밀꽃 필 무렵 줄거리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메밀꽃 필 무렵 中 메밀밭 묘사 장면
허생원은 장돌뱅이 이다.
여름 장날, 봉평 장에서 장사를 마친 허생원은 동료인 조선달과 함께 충줏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주모와 농을 치며 어울리는 것을 본 허생원은 화를 낸다.
동이에게 '아비 어미는 있겠지?' 같은 심한 말을 하며 혼내는데, 대꾸도 않고 나가는 동이의 모습에 측은함을 느낀다.
하지만 동이가 곧 와서 허생원이 가족처럼 아끼는 나귀가 어린애들 장난질에 줄을 끊으려 한다고 알려준다.
허생원은 동이에게 미안함을 갖는다.
나귀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허생원이 왼손잡이인 점 등을 약올리며 줄달음치고 도망친다.
저녁이 되자 세 사람은 대화장을 향해 길을 떠난다.
달빛 아래 메밀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풍경 속을 한 줄로 걸어간다.
허생원은 조선달에게 자주하던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또 다시 들려준다.
젊었을 때 봉평의 물레방앗간에서 만난 처녀와 하룻밤을 보냈지만, 다시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고개를 넘어 길이 넓어지자 이번에는 동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봉평이 고향이며, 제천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달도 차지 않은 아이를 낳고 쫓겨나 자신을 데리고 갔다는 것이다.
술주정뱅이 계부 밑에서 구박받으며 자랐다가 뛰쳐 나왔다는 것이었다.
세 사람이 하천을 건너던 중 허생원이 물에 빠지는데, 동이가 허생원을 업고 물을 건넌다.
허생원은 동이의 채찍 든 손을 보며 자신처럼 왼손잡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허생원과 동이가 함께 제천으로 가기로 하면서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메밀꽃 필 무렵 주제
- 인간의 삶의 문제들에 대한 희로애락과 사랑
-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와 묘사로 이루어지는 자연친화적이고 반사회적인 사상
- 작가 이효석이 어린 시절 경험한 봉평 자연에 대한 사랑과 향수
- 허생원과 동료 장돌뱅이들이 함께 걷는 길로 상징되는 인생의 길
메밀꽃 필 무렵 작품 배경
- 1920년대의 여름밤, 낮부터 달밤까지의 시간으로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 공간적 장소는 강원도의 봉평 효석마을에서 평창읍으로 이어지는 길 53.5km 구간이다.
- 실제 지역을 배경으로 하기에, 봉평 효석문화마을에서는 해마다 관련 축제가 열린다.
메밀꽃 필 무렵 독후감
나는 실제로 메밀밭을 가본 적도 없고, 메밀꽃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을 읽으면서 자연속에 서서 여름밤의 달빛 아래 메밀밭을 바라보는 듯 했다.
숨 막힐 듯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난 작가의 섬세한 묘사력과 서정적인 문체가 정말 아름다웠다.
소설은 봉평 장터에서 시작해 다음 장터로 향하는 세 인물의 여정을 따라간다.
허생원의 토속적이고도 순진한 인물로, 추억과 현재의 감정을 품고 그 길을 걷는다.
달빛 아래의 메밀꽃 풍경과 어우러져 그들의 신비로운 인연을 더 감상적으로 느끼게 했다.
동이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허생원의 아들이 아닐까 생각하며 희망어린 기대감도 함께 가졌다.
허생원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의 우연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젊은 시절 물레방앗간에서의 우연한 하룻밤 인연을 허생원은 잊지 못하고 있다.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점은 허생원이라는 인물의 순수함을 비춰주는 듯 했다.
동이의 등장은 철이 안 든 청년의 인상이었지만,
금세 자신을 혼내고 내쫓은 허생월이 아끼는 나귀를 돕는 모습을 보며 성품을 알 수 있었다.
소설은 허생원을 중심으로, 동이가 아들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서 열린 결말로 끝났지만
사실 같은 생각을 동이도 하고 있었으리라고 생각되었다.
소설의 결말에서 허생원과 동이가 함께 제천으로 가기로 하는 장면은 기대감과 설렘이 느껴졌다.
소설 뒤로 이어질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상상해보았다.
둘은 정말 부자지간 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서로를 아끼며 함께 길을 걸어갈 것이다.
허생원의 인생이 이 짧은 소설 속에 전부 담겨 있지 않지만 그의 길이 앞으로도 쭉 어어지리라고 믿는다.
<메밀꽃 필 무렵>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황홀하게 묘사한다.
과거의 추억이 현재를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희망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일상의 소중함, 인연의 신비로움,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메밀꽃밭의 아름다움을 실제로 한 번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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